[여행] 말레이시아 쿠칭/ 고양이가 상징인 보르네오섬의 도시
2015-02-26 오전 5:00 Korea Times 조회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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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이면 도심에는‘말레이 깜뽕’이라는 장터에서 주민들이 생선, 채소를 판다

▲ 한 원주민이 민속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고양이 도시, 정글 트레킹, 20여 소수민족…’ 보르네오섬 북부 사라와크주는 말레이시아의 숨은 진주 같은 곳이다. 이 곳 사라와크 정글 속에서 다양한 문명과 원주민의 흔적이 공존하는 도시가 바로 쿠칭이다. 쿠칭은 독특하게도 고양이가 도시의 상징이다. 이름 자체가 이곳 원주민 말로‘고양이’라는 뜻을 지녔다. 초입에 들어서면 커다란 고양이 동상이 먼저 이방인을 반긴다. 거리의 고양이들이 애완견처럼 융숭하게 대접받고, 대형 고양이 박물관도 세워져 있다. 쿠칭이라는 이름은 이곳 특산물인‘마타 쿠칭’(드래곤 아이 프루츠)에서 비롯됐다. 고양이 눈을 닮은 과일이 지천인 까닭에 엉뚱하게도 고양이가 도시의 트레이드마크로 굳어졌다.


■ 부루나이의 술탄이 지배하던 땅

쿠칭에는 사연 깊은 문화와 원시성이 혼재한다. 말레이, 인디아, 원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쿠칭과 사라와크 일대는 19세기 초까지 브루나의의 술탄이 지배하는 땅이었다. 19세기 영국인 모험가 제임스 브루크가 해적을 제압하고 브루나이 술탄에게 영토를 받아 왕국을 건설했으며 백인왕과 그의 후손들의 통치는 2차 대전 때 이 지역이 일본에 점령되기 전까지 계속됐다.

말레이시아 연방의 일원이 된 것은 1960년대의 일이다. 도심을 가르는 사라와크강 북쪽 마르게리타 요새나 이스타나 왕궁에서 옛 문화적 잔재를 엿볼 수 있는 것도 지난했던 과거의 사연 때문이다.

쿠칭이 속한 사라와크주 일대는 제시카 알바가 주연한 영화 ‘슬리핑 딕셔너리’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영화는 1900년대 초반 말레이시아를 배경으로 영국 청년과 원주민 처녀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제시카 알바는 사라와크 밀림에 사는 이반족 여인으로 출연한다. 쿠칭의 사연 깊은 역사를 돌이켜보면 영화 속 내용은 적절하게 오버랩 된다.

영화 속에 등장했던 원주민인 이반족 입장에서 보면 쿠칭은 이방인들과의 공유 지역이다. 이반족은 사라와크주가 터전인 20여 원주민 부족 중 대표 부족이다. 예전에는 사람사냥을 했던 섬뜩한 과거를 지니고 있다.

그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려면 통나무배를 타고 정글 깊숙이 들어서야 한다. 이반족들은 한 지붕 아래 수십 개의 대나무 방이 이어진 집에서 거주한다. 이런 형태의 집은 유럽인들에게 롱하우스로 불린다. 요즘은 에코투어 열풍을 타고 이 롱하우스 투어가 인기다.

롱하우스 투어 때는 잠자리가 살짝 긴장될 수도 있겠다. 이반족 전사들은 전투에서 베어 온 머리수만큼 손가락에 문신을 새기는 풍습을 지니고 있다. 닭싸움을 즐길 뿐 아니라 집 천장에 해골을 매달아 놓기도 한다. 쿠칭 북쪽 사라와크 민속촌에는 원주민 부족들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전통 공연뿐 아니라 대나무 공예 등도 섬세하다.

■ 사톡 거리와 정글 트래킹

최근 쿠칭의 모습은 확연하게 변했다. 원주민인 이반족의 삶은 도시를 단장하는 에피소드쯤일 뿐이다. 쿠칭 대부분의 상권은 화교들이 쥐고 있으며 말레이, 인디아 계통의 주민들이 원주민과 더불어 산다.

변하지 않고 흐르는 것은 도시의 터전이 된 강줄기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사라와크강은 수백년동안 이곳 주민들의 중요한 교통로였다. 강을 오가는 쪽배는 여전히 일상의 교통수단이다. 주말이면 도심 사톡 거리에는 5일장처럼 ‘말레이 깜뽕’이라는 장터가 들어서는데 쪽배인 삼판을 타고 사톡에 모여든 주민들은 생선, 채소를 팔며 진풍경을 만들어낸다.

쿠칭 인근의 국립공원과 해변은 휴양지 쿠칭의 진가를 더한다. 바코 국립공원은 정글 트래킹의 적소다. 국립공원 내에서 숙박도 가능하며 운이 좋다면 트래킹 도중 이 지역에만 서식한다는 긴코 원숭이를 만날 수도 있다. 쿠칭 북쪽 다마이 비치는 고즈넉한 모래해변과 리조트들이 위치해 있다.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인 산투봉 아래에서 사라와크강으로 넘어서는 일몰을 감상하는 것도 신선한 추억이다. 사라와크 강을 따라 늘어선 쿠칭의 워터프런트 거리는 해가 지면 젊은 데이트족의 아지트로 변신한다. 이곳 주민들은 허름한 강변 카페에서 술 대신 차를 마시며 여흥을 즐긴다. 도심 밖 풍경과는 다른 여유로운 삶의 단상들이 정글 속 도시의 강변에 슬며시 덧칠해진다.


<여행메모>

가는 길: 말레이시아 수도인 콸라룸푸르나 사바주의 코타키나발루를 경유한다. 최근 다양한 저가 항공사들이 취항해 말레이시아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해졌다.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음식: 이곳 쌀로 만든 ‘뚜악’을 마셔본다. 동동주와 맛이 비슷한데 달콤하고 향기가 좋다.코코넛으로 만든 봉지우유 맛도 색다르다.숙박: 쿠칭에는 할러데이 인, 힐튼 등 특급 호텔이 있다.휴식을 취하려면 다마이 비치의 리조트를 이용한다. 롱하우스에서 이반족들과 더불어 원시 숙박체험을 즐기는 것도 독특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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