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데스밸리/ 늦가을, 그리고 겨울에 더욱 아름다운 사막
2015-02-05 오전 5:00 글·사진 정철 여행 작가 조회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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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석‘붕사’대도시까지 운반한 20마리 노새

흔히 여행 비수기인 10월 말~이듬해 4월까지 여름 성수기보다 바빠지고 붐비는 곳이 있다. 이곳 풍경은 고지대에서 로슈아 트리를 가끔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미 서부 국립공원 하면 떠오르는 울창한 숲,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 풍경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여름철 뜨거운 열기에 바짝 타들어가 말라죽기 직전의 무성한 잡초와 햇빛을 무시하는 전략으로 생존하는 관목만이 띄엄띄엄 보일 뿐이다.

그곳은 로스앤젤레스, 라스베가스 중간 지점의 데스밸리 국립공원(Death Valley National Park)으로 죽음, 데스(Death)가 공원 이름에 들어가니 이름부터가 섬뜩하다. 거칠고 황량하기 짝이 없는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는 LA에서 4시간, 라스베가스에서 2시간가량 자동차를 달리면 공원 초입에 도착하는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다.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경계에 자리하며 방문하기 가장 좋은 기간은 살인적인 더위가 끝나고 온화하고 쾌적한 기후로 접어든 요즘이다.

공원 면적을 살펴보면 알래스카를 제외한 북미에서 가장 넓은 국립공원으로 면적이 300만에이커가 넘는데 익숙한 단위인 제곱킬로로 환산하면 약 1만2,500㎢ 나 된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전라남도 총면적 1만2,095 ㎢ 보다 넓고 미 동부 델라웨어주의 2배, 코네티컷주와 비슷한 크기다.

땅덩어리가 큰 만큼 고도에 따라 권역에 따라 서로 다른 생태계, 이색적인 풍경을 방문객에게 선사한다. 흥미로운 기록도 여럿 보유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북미에서 가장 낮은, 해수면보다-282피트(-85m) 순백의 소금 평원 베드워터라는 곳이 있고 그 아래로 수백미터나 되는 두꺼운 소금 층이 꽉 차있다.

소금 층을 걷어낸다 하면 해수면 보다 수백미터나 낮은 저지대였을 것이다.

한때 이곳은 물이 가득 찬 호수였으나 오늘날은 거대한 소금 평원으로 바뀌었다.

공원에는 5곳의 모래언덕이 있는 데 머스킷 샌드 듄스, 유레카 샌드 듄스가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전체 면적 1%에도 못 미치는 모래 언덕이 여러 매체에 공원 대표 사진으로 소개되는 바람에 모래사막이라 오해하는 이가 의외로 많은데 공원에는 약 9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며 오직 데스밸리에만 서식하는 동식물이 20종이나 된다. 특히 높은 염도의 강 알카리성 소금물과 미국에서 제일 큰 지하 대수층에 서식하는 6종의 희귀어류는 생태학자와 공원 측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 양서류, 파충류도 다양하지만 50종이나 되는 포유류가 산다니 모래사막과 거리가 먼 자연 생태공원을 부르는 게 옳지 싶다.


■ 왜 데스밸리인가?

데스밸리란 이름이 붙은 건 광활한 면적도, 해수면 이하의 소금지대도, 모래언덕도 아닌 용광로처럼 뜨거운 살인적인 기온과 열기를 가두는 독특한 지형 때문이다. 해발 1만1,049피트의 텔레스코프 피크(Telescope Peak)와 해발 5,475피트의 단테스 뷰 준봉이 동서로 솟아 있고 남북으로도 산과 협곡에 가로 막힌 움푹 파인 냄비, 팬과 비슷한 지형이다. 때문에 태양열, 복사열, 지열 등 온갖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 1913년은 134도(54C)를 기록, 북미 최고 기온이 측정되었고 오늘날까지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1800년대 중반, 일확천금의 부푼 꿈을 안고 미국 동부를 출발 솔트레이크 시티를 지나던 포티나이너 (49’er) 한 무리가 캘리포니아로 가는 남서쪽 지름길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이동하다 그만 오늘날의 데스밸리로 접어들고 말았다. 마차를 태워 불을 피우고 마차를 끌던 소를 잡아먹는 등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 끝에 겨우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때 살아남은 개척자가 데스밸리를 뒤돌아보며 “굿바이 데스밸리 (Good Bye Death Valley)” 라는 말을 남겼고 그것이 오늘날 “데스밸리”의 유례라 알려져 있다.

어떤 이는 개척자 수백명 가운데 갈증과 열사병, 노환 등으로 상당수가 길 위에서 죽고 일부만 통과했다는 설도 전해지나 죽은 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질 않으니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말은 데스밸리와 딱 들어맞는다.


■ 팀비샤 쇼쇼니 부족

언제부터 데스밸리에 인류가 살기 시작했을까? 지금부터 약 1만년 전 미국 원주민 조상이 지금까지 발견된 유물로 추정해 보면 온난한 기후, 물이 풍부한 계곡 인근에서 사냥과 수렵 생활로 살았다고 한다.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 호수가 점점 메말라 가면서 인간이 살기 부적합한 염호로 변해 버렸다. 그 가운데 팀비샤 쇼소니(Timbisha Shoshone) 부족은 70도를 웃도는 뜨거운 물이 솟구치는 퍼니스 크릭이란 오아시스 부근에 터를 잡고 오늘날까지 잘 살고 있다.

한때 백인, 미국 정부에 땅 대부분을 빼앗겼으나 2000년에 이르러 미국 의회 판결로 7,800에이커에 대한 토지 권리를 돌려받았다. 그 이전까지 미국 국립공원(데스밸리, 옐로스톤, 그랜드캐년 등) 내 리조트, 호텔을 소유한 거대 기업 잔테라(Xanterra)의 전신인 프레드 하비 컴퍼니 Fred (Harvey Company)의 건물, 도로, 철도를 놓는데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필품과 공원 내 거주하는 권리만을 받았을 뿐이다.

원주민의 수입은 전적으로 정부 보조금과 관광객에게 팔 바구니나 장신구 등 수공예품 판매가 전부이니 그들을 돕고 싶다면 퍼니스 크릭 내 기념품점에서 구입하면 되겠다.


■ 붕사 발견과 20마리의 노새

퍼니스 크릭 (Furnace Creek) 입구에는 광석을 옮기기 위한 운반장비였던 참나무로 만든 2대의 광물 운반용 왜건과 철판을 덧대 만든 녹슨 물탱크가 덩그렇게 놓여 있다. 130년 전 데스밸리를 수도 없이 왕복했던 미국 개척사와 인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기념비적 유물이다.

데스밸리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개척자를 불러들인 것은 금도 은도 아닌 붕사(Borax)라는 광물 때문이다. 1870년대 백금이라 불릴 만큼 비싼 값에 거래되던 대량의 붕사 광맥을 발견하였는데 목숨을 걸고 굴을 파지 않아도 되는 노천에서 긁어 담는 수준의 붕사 노천광산은 죽음을 무릅쓰고 도착한 광부들에게 주는 신의 축복이자 선물이었다. 데스밸리의 붕사는 화산재 속의 붕소 성분과 염호의 나트륨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고품질 광물로 표백제, 비누, 세제, 제초제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는데 미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배우 시절 붕사 광고모델로 활동했었다.

1880년대, 채굴한 대량의 붕사를 대도시까지 운반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때 말 두 마리가 선두에 서고 인내심. 복종심이 강한 당나귀와 말 교잡종인 노새 18마리가 한 팀을 이루는 ‘20마리 뮬 팀’ (Twenty Mule Team)이 등장한다. 2대의 왜건에 10톤의 붕사를 나눠 담고 물탱크에 물을 가득 채운 다음 지옥처럼 뜨겁고 메마른 데스밸리를 통과하여 오늘날 바스토우(Barstaw) 인근인 스푸어 (Spur) 까지의 165마일(275km)을 10일 만에 주파, 1883년부터 1889년까지의 7년 동안 약 900차례를 왕복했다니 정말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말 2마리, 노새 18마리, 2대의 붕사 왜건과 1대의 물탱크를 합한 길이는 180피트(55m)나 되는 거대한 장관을 연출했다. 매년 가을이 되면 20마리 뮬팀을 재현하는 행사를 치르고 있다.

협궤 철로가 놓이고 이어서 증기 기관차가 운행되면서 필요 없어진 말, 노새, 당나귀는 자연에 방목되었는데 오늘날 데스밸리 곳곳에서 야생으로 돌아간 말과 당나귀의 후예들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으며 방문객에게도 수시로 목격된다. 20마리 뮬팀의 역사는 퍼니스 크릭 랜치 입구의 무료 붕사박물관(Borax Museum)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박물관 뒤편 공터에는 광산에서 쓰였던 채굴 장비와 철로를 달렸던 증기기관차 등이 전시돼 있다.


■ 스카티스 캐슬(Scotty’s Castle) 

공원 최북단 구역인 그레이프바인 캐년(Grapevine Canyon) 중턱에는 스카디스 캐슬(Scotty’s Castle) 이라는 스페인풍 대저택이 위용을 뽐내며 자리하고 있다. 붉은색 기와지붕, 중세시대 성곽을 연상케 하는 회색 담장, 우뚝 솟은 종탑이나 벽난로 굴뚝 등 규모나 외형 면에서 데스밸리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은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을 법한 대저택이다.

실제 소유주는 ‘스카디’(Scotty)가 아닌 미국 중부 대도시 시카고의 보험업계의 감독관이자 주식 거부로 알려진 알버트 존슨(Albert Johnson)이었다. 스카디는 카우보이와 희극에 출연하던 배우이자 수차례 감옥에 수감되고 죽는 날까지 자본가에게 접근하여 평생 사기를 치던 희대의 사기꾼이었다.

알버트 존슨의 자금으로 세운 빌라에 투자자, 자본가를 불러 들여 스카디 자신의 주인인양 행세하였고 그 탓에 오늘날까지 아이러니하게도 ‘알버트 존슨스 캐슬’ 대신 ‘스카디스 캐슬’ 로 기억되고 불린다.

알버트 존슨은 스카디 덕분에 알게 된 밤하늘 별빛이 아름다운 그레이프바인 캐년에 병약한 아내의 요양을 위해 빌라를 짓기로 결심하고 오늘날 1,000만달러가 넘는 대자본을 들여 공사를 시작했다. 완공을 눈앞에 두고 사유지가 아닌 정부 토지에 건물을 세운 것을 알게 되면서 중단 되었고 소송에 휩싸이게 된다.

방문자는 가이드 투어(1시간)로만 빌라 내부를 돌아볼 수 있는데 침실, 거실, 주방 등을 차례로 둘러보고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감상하는 것으로 아쉽지만 투어는 끝이 난다.


# 여행 수첩

"제26회 데스밸리 트레일 마라톤 & 해프 마라톤"

올해로 26회째를 맞이하는 데스밸리 트레일 마라톤 행사가 12월6일 토요일 오전 8시 데스밸리에서 개최된다. 참가자는 26.2마일을 완주하는 풀코스 마라톤과 13.1마일 해프 마라톤을 선택할 수 있다. 마라톤 시작은 지점은 네바다주 베티(Betty) 부근 고스트 타운으로 유명한 리올라이트(Rhyolite)의 타이투스 캐니언 로드 (Titus Canyon Rd) & NV-374 교차점이며 해프 마라톤의 경우 스카디 캐슬 로드(Scotty Castle Rd)와 타이투스 캐니언 로드 교차점이다. 타이투스 캐니언 로드는 광산개발을 위해 놓은 산악도로다. 오랜 세월 강물의 침식 작용으로 생겨난 S자형 계곡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데 대리석으로 된 수직 절벽구간과 폐광, 고스트 타운을 차례로 지나며 데스밸리의 또 다른 진면모를 볼 수 있는 숨겨진 명소다.

2015년 1월31일에는 제 17회 데스밸리 마라톤, 해프 마라톤&10K 행사가 열린다. 퍼니스 크릭 랜치에서 출발, 솔트크릭 진입로에서 되돌아오는 코스로 평평한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는 마라톤이라서 누구나 부담없이 참가 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웹사이트 www.envirosports.com 를 방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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