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겨울 스포츠 메카로 이어진 고독한 길...
2015-01-15 오전 5:00 글·사진 정철 여행 작가 조회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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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번 하이웨이
무비타운‘론파인’서부영화 촬영지


캘리포니아 대표적 겨울 스포츠의 메카로 알려진 곳은 수많은 스키 리조트가 모여 있는 맘모스레익(Mammoth Lake)과 레익타호(Lake Tahoe)를 들 수 있겠다. 이 겨울 LA에서 두 곳의 겨울 스포츠 메카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 US-395 하이웨이(이하 US-395)로 총연장 1,305마일의 미서부 남북을 가로지는 종단 도로다.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헤스페리아 (Hesperia)에서 시작, 오리건주 내륙, 워싱턴주 스포켄(Spokane)을 지나 캐나다 국경에서 끝난다. 그 중 이스턴 시에라(Eastern Sierra) 권역을 통과하는 남가주 구간은 US-395 로드 트립의 하이라이트로 모하비(Mojave)의 레드락 캐년 주립공원(Red Rock CanyonState Park)에서 레익 타호까지 거리는 약 300마일 정도다.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리면 5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지만 제대로 둘러본다면 2박3일 일정으로도 벅찰 만큼 볼거리가 많은 구간이기도 하다.

가는 길 내내 인간이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장엄한 준봉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겨울철부터 이듬해 늦은 봄까지 눈 덮인 준봉과 푸른 하늘의 극명한 대조로 인한 초현실적인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대자연이 만든 극적인 풍경은 수많은 영화 제작자를 불러들였고 실제로 US-395 부근에서는 많은 영화가 촬영되었다.

1600년대 이곳에 처음 도착한 스페인 탐험대는 겹겹이 쌓여 있는 준봉의 범상치 않은 풍광을 보고 ‘시에라 네바다’ (Sierra Nevada)라 명명하였다. 시에라는 스페인어로 ‘산맥’, 네바다는 ‘눈 덮인’이란 뜻이다. 다른표현으로는 캘리포니아를 지탱하는 ‘캘리포니아의 척추’라 불리기도 하는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이 영락없는 인간의 등뼈, 척추를 닮았다.

해발 7,000피트 이상 고지대에는 매년 많은 양의 눈이 쌓이는데 이듬해 가을까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녹아내려 계곡 지류에 물을 가득 채워준다. 그 물은 LA와 샌프란스시코 등 대도시의 식수와 생활 용수로, 샌호아킨 밸리의 가축을 살찌우고 곡식과 과실을 키워내는 생명수로 쓰인다.

또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은 미국 최고봉인 마운틴 위트니(Mt Whitney·1만4,505ft)를 품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산맥 서쪽은 세코야(Sequioa), 킹스캐년(Kings Canyon), 요세미티 (Yosemite) 3곳의 국립공원이 자리한다.

점보제트기 747보다 더 큰 살아있는 화석이자 2,000~3,000년을 살아온 세코야(Sequioa) 거인 나무숲이 우거져 있고 천길 낭떠러지 화강암 협곡인 계곡의 왕 중 왕 킹스캐년(Kings Canyon)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폭포와 빙하가 만든 U자형 협곡, 암벽 등반가를 설레게 하는 수직바위 엘 캐피탄 등 너무도 유명한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까지 미 서부 으뜸가는 절경과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스턴 시에라(Eastern Sierra)라 불리는 산맥의 동쪽은 어떤모습일까? 태평양에서 밀려온 구름이 거대한 산맥을 만나 넘지 못하고 산맥 서편 고지대에 비와 눈을 쏟아내고 마른바람으로 이스턴 시에라에 닿게 된다.

이스턴 시에라의 평평한 분지는 한여름 100도를 넘는 무더위와 비 또한 거의 내리지 않는 건조한 지대로 미 중서부 고원 사막지대의 시작 지점이기도 하다. 산맥 서쪽의 울창한 숲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18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사실 이스턴 시에라 지역은 풍부한 물과 먹을거리가 넘쳐나던 옥토였다. 대대로 살아온 미국 원주민 파이우트(Paiut)부족은 수렵과 사냥만으로 번성했는데 어느 날 금과 은을 찾아온 백인개척자들이 원주민 부족을 강제로 밀어내고 이스턴시에라에 정착하여 구릉에는 복숭아, 사과 농장을 강물이 흐르는 평원에는 곡식을 심어 수확했다.

1900년대 초 LA의 급격한 인구증가로 안정적 물 공급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LADWP의 윌리엄 멀홀랜드 주도로 이스턴시에라 지역의 강과 호수에 넘쳐나는 물을 끌어오기 위해 지역민을 속여 수로를 놓기로 결정, 이를 위한 땅을 비밀리에 매입하였고 마침내 수로를 완공하였다.

이후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야 할물이 사라지면서 기름진 옥토가 메마른 초원지대, 황무지로 변하였고 남쪽 지역은 급격한 사막화가 진행되어 한눈에 보기에도 심각할 정도다.

오늘날 LA의 풍요로운 삶은 이스턴시에라의 보이지 않는 눈물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하겠다.

이스턴시에라의 최남단 도시 론파인(Lone Pine)은 사거리 신호등이 하나 뿐인 작은 마을이나 지금까지 약 150편의 서부영화, 아카데미상 수상에 빛나는 대작이 촬영된 이름난 무비타운이다.

마을 남쪽에는 무비타운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론파인 필름역사박물관(Lone Pine Film Hostry Museum·주소: 701 S Main St. Lone Pine, CA 93545· 전화: 760-876-9909· 시간: 월~수 10:00~18:00, 목~토 10:00~19:00, 일 10:00~16:00· 요금: 성인 5달러, 12세 이하 무료)이 자리한다.

사거리에서 위트니 포탈 로드(Whitney Portal Rd.)를 따라 5분가량 언덕을 오르면 영화 촬영지로 쓰였던 앨라배마 힐스 초입에 도착한다. 무비플랫 로드(Movie Flat Rd.)를 따라 1.5마일 더 들어가면 금빛을 띤 기묘한 바위무더기 사이마다 영화 촬영 정보가 담겨 있는 팻말이 설치돼있다. 어느 각도에서 어떤 영화, 어떤 장면이 촬영되었는지 상세히 적혀 있다.

3만에이커의 드넓은 바위 언덕은 지금까지 서부영화 150편을 포함, ‘글라디에이터’ (Gladiator),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이언 맨’ (Iron Man), ‘마브릭’(Marverick) 등 대작과 ‘스타트랙’ (Startrack), ‘보난자’(Bonanza) 등 TV 시리즈의 촬영지로 쓰였다. 1900년대 중반은 한 해 동안 40편 이상 촬영되는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타란티노 주연의 영화 ‘장고 언체인드’ (Django Unchained)에서 노예를 끌고가는 장면이, 2008년 영화 아이언 맨의 아프가니스탄 배경 신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기묘하게 생긴 바위를 손으로 만져보니 돌가루가 쉽게 생겨난다. 단단한 대리석이 되기 전 지표에 노출된 탓에 쉽게 바스러지는 퇴적암이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구멍 뚫린 바위를 쉽게 찾을 수 있다.

www.blm.com (Alabama Hills)


# 일본계 미국인 강제이주 시설 ‘만자나’

만자나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캘리포니아 대도시에서 살았던 일본계 미국인 1만1,000명을 가둔 강제수용소다. 1941년12월7일.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충격에 빠진 미국사회는 일본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태평양 전쟁을 시작한다.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은 본토의 일본계 미국인들을 적, 스파이로 규정하고 미 서부 지역에 거주하던 일본계 미국인 12만명을 사막과 황무지에 급조한 10곳의 수용소로 강제 분산, 이송하는 법안에 서명한다. 집과 사업체, 자동차를 헐값에 처분하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끌려가게 됐는데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 시민권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칸막이도 없는 공중화장실, 여름이면 열사병, 겨울에는 영하의 날씨와 칼바람에 떨어야 하는 비참한 생활은 1944년 초반까지 이어졌다. 그 기간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들을 묻기 위한 묘역이 수용소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조성되었다. 종전 이후 사람들은 풀려났고 수용소는 버려진 채 방치되었다가 1972년 사적지로 지정된다. 레이건 대통령 재임기간인 1988년에는 미국 시민 자유법이 통과되어 피해자 8만2,000명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1인당 2만달러씩 배상했다.

수용소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조성된 무덤가에는 억울하게 죽은이들을 위한 위령탑이 서있다.


# 고대 브리스톨콘 소나무 군락지

2012년, 수령 5,064년 된 세계 최고령 나무가 발견된 소나무 군락지로 화이트 마운틴(White Mountain)의 해발 9,800~1만1,000피트 고지대에위치한다. 어떻게 가파른 경사면, 풀한 포기 살아가기 힘든 돌무더기에 뿌리를 내리고 수 천 년을 살아 왔을까? 그 강인한 생명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알려지지 않았던 숲과 나무가 주목 받게 되자 공원 측은 “가장 오래된 나무가 특정구간에 서식한다”라는 것만 알려줄 뿐 해당 나무에 별도 표식을 두지 않고 있다. 표식을 두게되면 기념촬영 공세에 시달리게 될것이고 더 나아가 나무를 베어 달여 먹으면 관절염 치료와 면역력 향상에 도움 될 것이라 믿는 이들로부터 나무를 지키기 위해서 표식을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공원관리자(US Forest)들은 나무를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순찰을 돌고 있다.

배후 도시인 비숍(Bishop)에서 남동쪽 1시간 20분 거리다. 공원 내 유일한 방문자 센터에서 시작되는 3시간 코스의 원형 트레일 중간지점에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무가 서식한다. 

웹사이트 www.usda.gov(Inyo National Forest)


# 로우스 기차 박물관

서부개척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야외 박물관이다. 1883년 기차운행이 시작됐던 로우스 역사 (Station)와 협궤 증기기관차, 나무로 만든 객차 등이 철길 위에 멈춰 서있다. 기차역에는 도착, 출발시간이 적힌 팻말이 걸려 있고 주인을 기다리는 여행가방도 한쪽에 놓여 있다.

기차역 부근 가옥은 기차가 운행되던 시기의 생활상을 재현한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1960년 마지막 열차가 로우스 역에 도착,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기차역과 철길은 사라질 뻔했으나 주민과 자원봉사자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주소 395 Silver Canyon Rd. Bishop, CA 93514
전화 (760)873-5950
웹사이트 www.l awsmuseum.org



[여행 수첩] 이스턴시에라 남부의 중심도시 비숍

인구 4000명에 조금 못 미치는 소도시며 해발고도는 4,147피트로 US-395 남캘리포니아 구간의 중간 지점이자 인요 카운티에서 가장 큰 도시다. 연중 부담 없는 가격에 머무를 수 있는 모텔과 파이유트 쇼쇼니 인디언 카지노, 권역에서 가장 저렴한 주유소나 패스트푸드점도 다수 모여 있다. 부근의 비숍 크릭(Bishop Creek)은 한인에게도 잘 알려진 단풍명소이자 산정호수에서의 송어낚시, 하이킹 등을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다. 도심에서는 100년도 더 된 독일식 빵집인 에릭 샤츠 베이커리 Erick Schat’ s Bakery(763 N. Main St Bishop, 760-873-7156)와 훈제 육포를 판매하는 90년된 마호가니 스모크드 밋츠(Mahogany Smoked Meats·2343 N. Sierra Hwy Bishop, 760-873-5311)가 유명한데 간단한 요깃거리를 구입하기에 적당하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인요카운티 관광국 www.theothersideofcalifornia.com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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